1. 고독이라는 무서운 존재
같은 문학적인 분야라 하더라도 나는 아직 시는 쓰고 있지 않고 있다. 지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때때로 시를 읽으며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구절이 있는데 그것이 하필이면 고독에 관한 것임을 알고는 놀라게 되는 것이었다. 젊은 날의 나는 인간의 마음을 좀먹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할 일이 없어 무료함을 느끼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돈이 너무 많아도 무료함을 느끼게 되며, 가난해도 무료함을 느끼게 된다. 또는 그 중간이라 하더라도 물론 무료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할 일이 없어 무료함을 느끼게 되는 나머지 간통도 하게 되고, 도둑질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 같은 무료함보다도 더 무서운 제2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고독인 것이다. 아마도 전란 당시의 베트남에도 이런 공포는 없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에도 무료함이나 고독함의 공포 같은 것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료함과 고독함이 공교롭게도 모두 평화와 부의 부산물이라는 것은 생각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또 무료함과 고독함 때문에 인간이 죽는 것은 아니라고 세상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으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암이나 심장병뿐만이 아니라 악성 신경통 때문에도 인간은 쇠약해지면서 죽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들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라면 스스로 예방조치를 강구하며 치료하는 길 외엔 달리 없는 것이다. 우리는 결혼만 하면 이 같은 무료함과 고독함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보장은 어느 누구도 할 수가 다. 이 두 가지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만으로도 결혼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모든 결혼이 성공하는 것이 아닌 이상 당연히 독신 시절보다도 더욱 심각하게 남편으로부터 방치되고 있다는 고통을 받고 있는 아내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2. 서로 이해하도록 노력하라
나는 어린애를 가졌을 때 흔히 세상에서 들 말하는 바와 같이 어머니의 기쁨이라는 것을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약하디 약한 생물을 과연 내가 기를 수 있는지가 두렵기만 했다. 어린애가 가정을 단란하게 만드는 중심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심경이었다. 어린애를 갖는다는 것은 다만 여성이면 누구나가 겪게 되어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상태로 나도 또한 빠져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고독으로부터 구제받게 되기 때문이라든가, 남편의 마음을 어린애로 말미암아 사로잡게 되기 때문이라든가, 또는 어린애가 장차 내 뒷바라지를 해줄 것이라는 계산에서 어린애를 갖게 된 것은 아니다. 어린애를 갖는 안 갖는 본디 인간은 고독한 것이다. 결혼을 하든 안 하는 본질면에 있어서 우리들 인간은 고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점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뿐이다. 결혼함으로 말미암아 일심동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이다.라고 일본을 사랑하다가 돌아가신 어느 신부는 말한 바 있다. 결혼의 행복이란 상대방을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똑같은 미래를 함께 바라보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말은 다시 말해서 남편과 아내가 목적은 같은 것일지도 각기 다른 길로 돌아 그곳에 당도하라는 얘기인 것이다.
3. 등에 업고 가서도 안된다
서로 절룩거리면서도 자기 자신이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다만 함께 같은 지점을 향해 동행해 주는 그 사람이 있다면 나그넷길의 외로움은 덜게 되는 것이다. 아내만이 외톨이로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남편도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일의 고통스러움을 아내에게 이해시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술을 마신다든가, 마작을 하는 친구는 있을지 모르지만, 남편의 가슴속 깊이에는 역시 아내와 마찬가지로 고독한 것이다. 서로 이해할 수 없더라도 상관없다. 다만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서로가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서로 위로하는 것이라면 그것으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여자의 행복이라는 말을 별로 믿지 않는다. 남자이든, 여자이든 행복과 불행의 본질은 개인차는 있을지언정 남녀 모두가 공통된 것이다. 어린애를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느 부부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어린애와 인생이 다른 것임은 물론 어린애의 부모 또한 육아에 관해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아내이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혼자서 살도록 운명 지어진 인간에게 남녀 동등권이라는 것이 만약 진정한 것이라면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생활의 일부와 결혼하고 있다 해서 조금도 나쁠 것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각오한 다음 결혼생활을 하고, 친구를 만들고, 취미를 갖는 엄격함을 자신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