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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중한 선택

 젊은 처녀들이 결혼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측은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집안에서 조용히 화장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살림을 배우거나, 아니면 직장에 다니면서 어쨌든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난 처녀라면 그녀들은 그동안에 많건 적건 노력하며 사는 것을 배워 왔을 것이다. 하기 싫더라도 참고 연습하면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된다든가, 연습문제를 많이 풀 면수학 성적도 조금씩은 나아질 것이라는 식으로 그것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노력과 결과는 완전히 비례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노력하면 크게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노력은 그 사람을 배신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혼만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미인인 데다가 머리가 좋기 때문에 반대로 혼처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남자들이 왠지 겁을 먹으면서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알았을 때 처녀들은 비로소 세상이란 지금까지 배워온 식으로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결혼 상대를 만나게 되는 일에 관한 한 어떠한 선의의 노력도 때로는 전혀 보상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것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나의 주위에는 아무래도 문학소녀가 많기 때문에 그녀들로부터 미래의 꿈과 현실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 그녀들은 미래의 남편과 결혼한 후에도 계속 문학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학을 하는 청년은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며 문학청년이 가령 있었다 하더라도 실생활에 있어서는 꿈이나 꾸는 무능력자인 경우가 많아 그런 타입의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잘못이 아닌가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어떤 처녀는 유리판과도 같은 남자와 결혼했다. 사물을 평범하게만 보는 인물이었다. 책은 낮잠 잘 때의 베개 대신으로, 독서는 스포츠 신문이나 주간지 또는 고작해야 요즘 유행하고 있는 경영학 책이다. 이런 것들은 남들이 모두 읽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읽는 것이다. 조그마한 바람에도 헝클어지는 거미줄과 도 같은 섬세한 신경의 소유자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이 남자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하기만 해 나무랄 데 없는 남편이다. 하지만 아내의 마음은 30프로밖에 채워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현상도 있다. 문학을 알고 있는 것 같아 결혼하고 보니 경제력은 도무지 없으며 아내가 벌지 않으면 제아무리 돈 때문에 시달림을 받아도 태연하게 팔짱이나 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실존적인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는 특수한 재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라고 말해도 무리인 것인지는 몰라도 문학을 모르면 싫다고 말하면서도 차차 끝내는 타협하는 나머지 현실적인 사무원이나 은행원과 선을 보고 있는 처녀들을 보면 나는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가슴이 메어지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 쪽도 편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아는 어느 청년은 이렇게 말했었다. 선생님(나의 남편을 말함), 색시감을 찾는다는 건 정말 남자들에게도 피로운 일입니다. 품행이 좋고 머리도 좋지만 성격이 나쁜 아가씨라면 정말 곤란하겠더군요. 그리고 또 몸이 약한 것도 탈이지요.. 머리와 품행과 성격과 건강, 이 네 가지를 갖춘 아가씨를 구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이지요. 집안이나, 색시의 부모, 재산 등에 대해서는 미처 알 만한 처지도 못된 것입니다. 이 청년은 정말 핵심을 말한 것이다. 남자만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다음 선택하려는 상대라 하더라도 결코 노력만 가지고 발견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결혼이란 정말 믿을 수없을 정도로 어려운 것이다.

2. 원만치 못한 부부의 불행

 제대로 잘 꾸려가는 것은 기적이요, 그렇지 못한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것이 결혼에 대한 나의 어렸을 때부터의 생각이었다. 우리 부모가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였기 때문이다. 나는 사이가 좋은 부부란 실제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평화스러운 가정이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허위적인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마도 인생은 투쟁하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이며 평화는 한때 스쳐가는 일정도로만 생각된다. 나 자신은 근 20년 이상을 결혼 생활을 해왔으며 그것은 80프로 정도는 공동 생활자의 관대함에 의한 것이라고 감사하고는 있지만 선생님들은 행복하실 테니까 라는 말을 들을 때면 여러 가지 상념이 머리에 떠올라 등골이 소리를 내는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특히 작가라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도대체 행복한 인생 같은 것이 이 세상에 있는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작가 가운데 있는 것인 가고 생각했다가는 다시 다음 순간에 서야 그 말은 우리 부부가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가리킨 말이라고 생각하곤 비로소 그 말을 납득하게 되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에게 야말로 순수한 행복이 있는 것이라고 나는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3. 미련을 남기고 죽는다

 자신의 인생에 사는 보람이 있는 것인가를 요즘과 같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때도 없을 것으로 본다. 전쟁 당시에는 다만 목숨이 붙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사는 보람이 되는 것이었다. 먹을 것도 없고, 내일이라는 미래도 없고, 시궁창에서 사는 벌레처럼 살고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곳에는 삶의 실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다는 것은 아무런 보람이라는 것이 없다. 많은 가정의 아내와 어머니들이 현재의 생활에 대해 반드시 불만스러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약간의 불안감은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여야 된다는 것은 중대하고도, 아니 위대한 것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땀을 흘리며 부엌에 서서 일하는 것을 몇 년씩이고 되풀이 하든, 그 때문에 거의 지적으로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약간은 느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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